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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미 회장 - 매경춘추 칼럼 연재] 여성의 무역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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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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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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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국제 비즈니스를 떠올리면 대개 검정 슈트에 넥타이를 맨 남성이 007 가방을 들고 세계 각국의 공항을 누비는 모습이 연상된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세계경영' 신화가 그 전형이었다. 그 속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는 '한국 여성'은 낯설었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간 무역 유통업 현장을 지켜본 필자의 결론은 분명하다. 여성은 무역업에 누구보다 적합하다. 여성이 가진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 꼼꼼함과 위기 대응력은 무역업에서 가장 빛나는 자질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어릴 적 '사회과부도'를 펼쳐 세계 지명을 찾는 놀이를 즐겼다. 언젠가 꼭 그곳을 가보리라 다짐했고, 결국 당시 여성 지원자가 드물던 무역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오늘날까지 무역을 천직으로 삼으며 한길을 걷고 있다.
여성은 타고난 커뮤니케이터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의 입장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찾는 능력은 장기적 파트너십으로 이어진다. 때로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때로는 친구처럼 상대를 대하다 보니 일회성 거래가 차츰 전략적 동반 관계로 성숙했다.
무역업의 성패는 결국 디테일에서 갈린다. 선적 서류의 오타 하나가 수억 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여성의 꼼꼼함은 빛을 발한다. 서류 검토, 품질 검사, 복잡한 관세와 인증 절차 해석에서 여성 무역인은 완벽주의에 가까운 집중력과 성실성을 보인다.
육아와 사업의 병행도 결코 장벽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를 키우며 익힌 멀티태스킹 능력은 무역업에 그대로 적용됐다. 해외 통화, 공장 점검, 바이어 미팅, 계약서 수정 등 병렬 과제를 유연하게 처리하며 시간 관리와 우선순위 설정 능력이 한층 정교해졌다.
여성 특유의 공감 능력은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해외 파트너의 문화와 상황을 이해하고, 캐나다 거래처의 가족사나 멕시코 농장주의 기후 고민에 진심으로 다가가면 신뢰가 쌓인다. 이런 따뜻함은 가격 경쟁을 넘어선 신뢰의 관계로 발전한다. 위기 상황에서 여성은 더 강하다. 필자의 업종인 축산업은 늘 위기의 연속이었다. 미국 광우병 사태, 호주 홍수, 최근 브라질 조류인플루엔자까지 숱한 고비가 있었다. 그러나 냉정함을 잃지 않고 본질을 지켜내며 흔들림 없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었다.
한국은 지금 여성 인재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인력 부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수한 여성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무역업은 언어 능력, 문화적 감수성, 협상력이 동시에 중요한 분야이며 여성들은 이미 이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에게 경제 6단체 사상 첫 여성 회장이라는 타이틀은 부담이지만, 분명 후배 여성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 운명은 용기 있는 자를 따른다고 했다. 섬세함과 강인함, 공감 능력과 멀티태스킹은 글로벌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자산이 될 것이다. 이제 한국 여성들이 국제 비즈니스의 새로운 전형이 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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